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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링 세미나] 한국 현대시의 징후적 읽기
📑 개요
| 소개 | 이상(李箱)은 1932년 발표한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 가운데 ‘진단 0:1’에서 ‘어떤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라는 구절로 시를 시작한다. 그 이후 뜻을 알 수 없는 1부터 0까지의 숫자와 점 하나의 패턴적 배열이 이어지고, ‘진단 0 : 1 / 2 6ㆍ1 0ㆍ1 9 3 1 / 이상 책임의사 이상’이라는 구절로 시는 끝난다. 이 시를 풀기 위해 4차원 기하학, 스토크스 정리, 양자역학까지 동원되었다. 이들 중 어떤 해석이 옳은가?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확실하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상은 시인 자신을 시인이라기보다 차라리 의사라고 여겼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환자다. 그는 그의 용태를 문제시한다. 그리고 그 용태는 암호로만 언표되는 것이다. 시가 주관적, 내면적 심상들에 대한 자유로운 기술이라는 통념은 시에 대한 이해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시는 객관적 세계에 대한 객관적 기술이다. 다만 그들이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하는 객관적 세계의 면면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따름이다. 그들이 기술하려는 객관적 상황은 세계의 용태, 말하자면 질병인데, 그 질병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질병은 규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단지 그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징후들뿐이다. 따라서 시인들은 질병의 실체를 괄호친다. 그리고 징후들을 기술함으로써 세계에 진단을 내린다. 언뜻 현재 세계의 질병은 명확해 보인다. 자본주의를 지목할 수도 있을 테고, 가부장제를 지목할 수도 있을 테고, 주체중심주의를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지목된 대상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은폐한다. 우리가 그것을 지목하는 순간마다, 아니, 지목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것은 멀어진다. 관측하는 순간 그 관측이라는 행위로 인해서 상태가 바뀌는 미립자들이라든가, 관측하는 순간 관찰자를 눈멀게 하는 핵분열처럼.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자신들을 은폐하는 질병들이 뒤로 발을 질질 끌며 물러 난 흔적들, 징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현대와 현대의 시인들에 관해 선구적으로 예언했다시피, 현대의 시인들은 징후를 알아채고 진단하고 기록하는 객관적 기술자들이다. 독살당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의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을 때 부검의들은 장기 샘플을 잘라서 냉동고에 장기보관해 둔다고 한다. 후대에 발전된 기술로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인들의 펜은 칼과 같다고 말할 때, 그 칼은 도검이 아니라 메스일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7편의 진단서와 1편의 예언서를 읽는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제목,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약간 비틀었다. 사랑의 시가 스무 편이나 되어도 우리는 마지막에 배치된 한 편의 절망의 노래에 더 깊이 젖어드는 법이다. 사랑의 시들은 자잘하고 절망의 노래는 거대한 것처럼 느껴진다. (네루다의 시집이 정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므로 마지막에 등장할 단 한 편의 거대한 것에는 도리어 사랑의 시를 배치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일곱 명의 의사들은 제각기 징후를 포착하고 용태를 진단한다. 그것은 희망을 위한 몸부림이지만 사실은 절망의 노래일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예언자는, 절망을 표표히 주파하는 희망을 단숨에 집어 든다. 책임의사로서의 이상은 절망하지만, 시인들이 누구인지를 규정한 예언자로서의 이상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정말 어쩌면, 예언자조차 절망할지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예언 자체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하다. 시인들은 절망해도 시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하다. 7명의 책임의사들은 다음과 같다: 기형도, 김언, 김경주, 서대경, 이민휘, 진은영, 유하. 1명의 예언자는 김수영이다. 책임의사 김언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적 공간 위에서 완전히 파산한 주체-원근법의 난맥을 짚는다. 참고인 유클리드, 르네 데카르트, 한스게오르크 가다머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기형도는 사물에 속수무책이 된 주체의 모습, 사물 자체가 된 주체의 역전을 포착한다. 참고인 테오도어 아도르노, 주디스 버틀러, 장뤽 낭시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서대경에 따르면 존재를 지탱하는 내부에는 괴물이 살고 있으며 우리는 이 괴물의 부정에 다름 아니다. 참고인 G.W.F. 헤겔, 슬라보예 지젝, 줄리아 크리스테바, 프란츠 카프카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김경주는 신체는 어떤 역사도 매개하지 않으며 스스로가 역사로서 퇴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참고인 미셸 푸코, 프리드리히 니체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이민휘에 따르면 우리는 이데올로기 대신 말하는 자이며 이데올로기가 대신 말해주어야 하는 자다. 참고인 카를 마르크스, 루이 알튀세르, 자크 데리다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진은영에 따르면 역사는 세계를 조각내는 폭풍이고 인간은 그 조각들을 꿰맞춘 조각보다. 참고인 발터 벤야민, 파울 클레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유하에 따르면 자본은 하수구를 필요로 하며 인간은 그 하수구를 뒤지는 산책자다. 참고인 기 드보르, 마크 피셔, 데이비드 하비, 발터 벤야민이 기록실에 입회했다. 예언자 김수영에 따르면 이 모든 징후들은 오로지 도시에서 일어나는데, 바로 그 도시에서 사랑이 자랄 것이다. |
| 일정 | 2026년 1월 8일 ~ 2월 26일 (8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
| 장소 | 필로버스 세미나실 + 온라인 Zoom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진행, 녹화 영상 제공) |
| 강사 | 편린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국문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한다. 근현대 독일미학을 관통하는 감각의 계보학을 추적하고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규명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마르크스의 인간학에서 감각 개념이 갖는 지위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조각조각 미학 일기』 (미술문화, 2023) 가 있다. |
| 교재 | 튜터가 준비한 자료 |
수강료 | 일반회원 16만원 | 청년회원(35세 이하) 12만원 |
신청 | 우측 상단(모바일은 하단) [신청하기] 클릭 |
📅 세부 일정
| 1주차 (1/08) | 김언, ‘기하학적인 삶’: 소실점-코기토의 소멸 |
| 2회차 (1/15) | 기형도, ‘폭풍의 언덕’: 주체성과 취약성 |
| 3회차 (1/22) | 서대경, ‘가을밤’: 부정성과 괴물성 |
| 4회차 (1/29) | 김경주, ‘주저흔’: 신체의 계보학 |
| 5회차 (2/05) | 이민휘, ‘빌린 입’: 이데올로기 속에서 발화할 수 있는가? |
6회차 (2/12) | 진은영, ‘파울 클레의 관찰일기’: 역사의 넝마주이 |
7회차 (2/19) | 유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자본의 하수구와 산책자 |
8회차 (2/26) | 김수영, ‘사랑의 변주곡’: 근대인의 사랑 |
※ 세부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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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링 세미나] 한국 현대시의 징후적 읽기
📑 개요
| 소개 | 이상(李箱)은 1932년 발표한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 가운데 ‘진단 0:1’에서 ‘어떤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라는 구절로 시를 시작한다. 그 이후 뜻을 알 수 없는 1부터 0까지의 숫자와 점 하나의 패턴적 배열이 이어지고, ‘진단 0 : 1 / 2 6ㆍ1 0ㆍ1 9 3 1 / 이상 책임의사 이상’이라는 구절로 시는 끝난다. 이 시를 풀기 위해 4차원 기하학, 스토크스 정리, 양자역학까지 동원되었다. 이들 중 어떤 해석이 옳은가?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확실하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상은 시인 자신을 시인이라기보다 차라리 의사라고 여겼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환자다. 그는 그의 용태를 문제시한다. 그리고 그 용태는 암호로만 언표되는 것이다. 시가 주관적, 내면적 심상들에 대한 자유로운 기술이라는 통념은 시에 대한 이해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시는 객관적 세계에 대한 객관적 기술이다. 다만 그들이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하는 객관적 세계의 면면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따름이다. 그들이 기술하려는 객관적 상황은 세계의 용태, 말하자면 질병인데, 그 질병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질병은 규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단지 그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징후들뿐이다. 따라서 시인들은 질병의 실체를 괄호친다. 그리고 징후들을 기술함으로써 세계에 진단을 내린다. 언뜻 현재 세계의 질병은 명확해 보인다. 자본주의를 지목할 수도 있을 테고, 가부장제를 지목할 수도 있을 테고, 주체중심주의를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지목된 대상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은폐한다. 우리가 그것을 지목하는 순간마다, 아니, 지목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것은 멀어진다. 관측하는 순간 그 관측이라는 행위로 인해서 상태가 바뀌는 미립자들이라든가, 관측하는 순간 관찰자를 눈멀게 하는 핵분열처럼.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자신들을 은폐하는 질병들이 뒤로 발을 질질 끌며 물러 난 흔적들, 징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현대와 현대의 시인들에 관해 선구적으로 예언했다시피, 현대의 시인들은 징후를 알아채고 진단하고 기록하는 객관적 기술자들이다. 독살당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의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을 때 부검의들은 장기 샘플을 잘라서 냉동고에 장기보관해 둔다고 한다. 후대에 발전된 기술로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인들의 펜은 칼과 같다고 말할 때, 그 칼은 도검이 아니라 메스일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7편의 진단서와 1편의 예언서를 읽는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제목,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약간 비틀었다. 사랑의 시가 스무 편이나 되어도 우리는 마지막에 배치된 한 편의 절망의 노래에 더 깊이 젖어드는 법이다. 사랑의 시들은 자잘하고 절망의 노래는 거대한 것처럼 느껴진다. (네루다의 시집이 정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므로 마지막에 등장할 단 한 편의 거대한 것에는 도리어 사랑의 시를 배치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일곱 명의 의사들은 제각기 징후를 포착하고 용태를 진단한다. 그것은 희망을 위한 몸부림이지만 사실은 절망의 노래일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예언자는, 절망을 표표히 주파하는 희망을 단숨에 집어 든다. 책임의사로서의 이상은 절망하지만, 시인들이 누구인지를 규정한 예언자로서의 이상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정말 어쩌면, 예언자조차 절망할지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예언 자체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하다. 시인들은 절망해도 시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하다. 7명의 책임의사들은 다음과 같다: 기형도, 김언, 김경주, 서대경, 이민휘, 진은영, 유하. 1명의 예언자는 김수영이다. 책임의사 김언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적 공간 위에서 완전히 파산한 주체-원근법의 난맥을 짚는다. 참고인 유클리드, 르네 데카르트, 한스게오르크 가다머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기형도는 사물에 속수무책이 된 주체의 모습, 사물 자체가 된 주체의 역전을 포착한다. 참고인 테오도어 아도르노, 주디스 버틀러, 장뤽 낭시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서대경에 따르면 존재를 지탱하는 내부에는 괴물이 살고 있으며 우리는 이 괴물의 부정에 다름 아니다. 참고인 G.W.F. 헤겔, 슬라보예 지젝, 줄리아 크리스테바, 프란츠 카프카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김경주는 신체는 어떤 역사도 매개하지 않으며 스스로가 역사로서 퇴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참고인 미셸 푸코, 프리드리히 니체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이민휘에 따르면 우리는 이데올로기 대신 말하는 자이며 이데올로기가 대신 말해주어야 하는 자다. 참고인 카를 마르크스, 루이 알튀세르, 자크 데리다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진은영에 따르면 역사는 세계를 조각내는 폭풍이고 인간은 그 조각들을 꿰맞춘 조각보다. 참고인 발터 벤야민, 파울 클레가 기록실에 입회했다. 책임의사 유하에 따르면 자본은 하수구를 필요로 하며 인간은 그 하수구를 뒤지는 산책자다. 참고인 기 드보르, 마크 피셔, 데이비드 하비, 발터 벤야민이 기록실에 입회했다. 예언자 김수영에 따르면 이 모든 징후들은 오로지 도시에서 일어나는데, 바로 그 도시에서 사랑이 자랄 것이다. |
| 일정 | 2026년 1월 8일 ~ 2월 26일 (8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
| 장소 | 필로버스 세미나실 + 온라인 Zoom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진행, 녹화 영상 제공) |
| 강사 | 편린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국문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한다. 근현대 독일미학을 관통하는 감각의 계보학을 추적하고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규명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마르크스의 인간학에서 감각 개념이 갖는 지위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조각조각 미학 일기』 (미술문화, 2023) 가 있다. |
| 교재 | 튜터가 준비한 자료 |
수강료 | 일반회원 16만원 | 청년회원(35세 이하) 12만원 |
신청 | 우측 상단(모바일은 하단) [신청하기] 클릭 |
📅 세부 일정
| 1주차 (1/08) | 김언, ‘기하학적인 삶’: 소실점-코기토의 소멸 |
| 2회차 (1/15) | 기형도, ‘폭풍의 언덕’: 주체성과 취약성 |
| 3회차 (1/22) | 서대경, ‘가을밤’: 부정성과 괴물성 |
| 4회차 (1/29) | 김경주, ‘주저흔’: 신체의 계보학 |
| 5회차 (2/05) | 이민휘, ‘빌린 입’: 이데올로기 속에서 발화할 수 있는가? |
6회차 (2/12) | 진은영, ‘파울 클레의 관찰일기’: 역사의 넝마주이 |
7회차 (2/19) | 유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자본의 하수구와 산책자 |
8회차 (2/26) | 김수영, ‘사랑의 변주곡’: 근대인의 사랑 |
※ 세부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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