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맑스코뮤날레 학술행사가 12/7~8 필로버스에서 열립니다!

2024-12-07
조회수 103

맑스코뮤날레는 ‘맑스(Marx)+코뮤니스트(communist)+비엔날레(biennale)’의 합성어로서,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사상과 코뮤니즘(Communism) 운동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각 분야의 연구자와 운동가들로 구성된 학술문화제를 매년 개최하여 맑스주의 이론과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운동의 상호 소통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2003년 5월 출범한 한국 최대의 진보좌파 학술문화 연대체입니다.

2024년 제 12회 맑스코뮤날레는 ‘비판의 위기: 파국의 낭만화를 넘어‘를 주제로 오는 12월 7일(토)-8일(일)까지 필로버스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젊고 급진적인 연구자들과 함께 사회 위기의 본질을 탐구하고, 맑스주의적 비판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 재사유하는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www.marxcommunale2024.info)를 참고하세요!


대회 취지문

맑스코뮤날레는 2023년 제11회 대회를 앞두고 20년간 이어온 역사를 거의 청산하는 데에 이르렀다. 이는 연구자와 현장, 그리고 진보적 예술인들을 연결하는 학술행사이자 축제로서 맑스코뮤날레가 수행해온 역사적 사명이 시효를 다했다는 판결에 다름 아니다. 세가 위축되어온 코뮤날레는 2021년 회원제 전환을 통해 새로운 진보좌파적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했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그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맑스코뮤날레는 2023년 제11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또 그 과정에서 기존 코뮤날레와 접점이 없던 여러 젊은 연구자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작은 성공들은 여전히 학술장에서 맑스코뮤날레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유의미한 힘들을 시사하는 듯 했다.

2020년대의 반환점을 되돌아가고 있는 지금 2024년, 맑스코뮤날레의 종언이 상징하는 바는 진보좌파진영의 연구자들이 더 이상 맑스주의라는 이름으로, ‘맑스주의 학술운동’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제11회 대회의 슬로건은 ‘위기와 비판’이었지만, 우리는 어쩌면 ‘비판의 위기’마저도 논해야될 시기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 노동, 기후생태, 젠더정치 등 사회운동의 일선에서 분투하는 활동가들과 조직들이 점차 현 체제 내에서 시대와 삶을 근본적으로 변혁할 수 없음을 체감하고 급진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급진화가 맑스주의를 구심으로 하여 이루진 것이 아니라는 양면성은, 맑스주의 학술운동이 위기와 파국의 시대에 대해 일정부분 무력했으며 재생산에 실패해오고 있다는 것에 대한 뼈아픈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맑스코뮤날레’의 이름으로 대회를 지속한다는 것은 이름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계승한다는 것이고, 또한 맑스주의 학술운동을 매개할 하나의 구심이 필요하다는 사명을 떠앉는 것이기도 하다.

2024년 제12회 대회의 슬로건인 ‘파국의 낭만화를 넘어’는 위기의 시대와 그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왜 여전히 맑스주의를 요청하고 있는지에 대한 간명한 요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등에 실패하고 ‘장기 횡보’하고 있는 사회는 교착상태에 놓인 채 조용히 공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한때 3포세대, 5포세대로 요약되던 청년세대는, 아등바등하는 것을 포기하고 ‘YOLO’와 ‘소확행’을 선택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내버리고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다포기세대’가 되어버렸다. 기후재앙과 인구소멸과 같은 종말론적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떠도는 시대, 좌절과 우울이 짙게 깔려있는 시대에 파국을 낭만화하는 것은 비평가에게 대단한 유혹이 되지만, 시대의 종말론적 감수성에 편승하는 비관주의는 한편으로 이론적 무기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맑스주의는 그 지점에서 요청된다. 그러나 벤야민이 맑스주의의 이명(異名)으로 내세운 예술의 정치화가 ‘정치의 예술화’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것과 같이, 급진적 정치 역시 일반화된 위기와 파국에 의해 조건지워져있다는, 대단한 긴장 위에 자리한다. 따라서 긴장의 감각 속에서 시대의 감성을 읽어내는 젊은 감각이 필요하며, 그러한 젊은 감각으로 맑스주의 학술운동을 재사고해야 한다는 이중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우리의 학술운동이 ‘맑스주의 학술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맑스코뮤날레를 지속한다는 것은 세 가지 중차대한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첫째 맑스주의 학술운동의 역사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검토할 시간이라는 문제, 둘째 맑스주의 학술운동의 이름 아래에서 새롭고 급진적이고 젊은 연구자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공통지반을 모색하는 문제, 셋째,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맑스주의 학술운동의 재생산을 위해 어떤 조직과 플랫폼, 운동이 필요한가에 대한 새로운 전략전술적 기획.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제12회 맑스코뮤날레 대회는 맑스코뮤날레가 어떠한 유산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의 자리이자, 맑스주의 학술운동의 이름 아래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새로운 급진적 연구자들이 어떻게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통지반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제11회 대회 이후 1년만에 개최되는 2024년 제12회 대회는 지금까지의 맑스코뮤날레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선 더욱 빠르게 자전하는 시대에 맞추어 격년으로 개최하던 대회의 주기를 1년으로 앞당겼다. 또한 대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조직형태를 청산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는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연이 끊어졌던 단체들과 다시 연계를 만들고, 함께 한 적 없는 단체들과 새롭게 협업하면서, 맑스주의 학술운동의 구심을 재구축하고자 한다. 급진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맑스주의 연구자들이 새로이 등장할 수 있는 지평을 대회를 통해 많은 연구자, 활동가, 일반 시민들과 함께 탐색해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