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4강

권순모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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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1976년 1월 28일-기념비적 역사에서 인종 투쟁의 역사로 그리고 그 변형

2020.0303. 윤세병

역사적 담론과 그 옹호자들

“제게 역사가의 담론은 말해진 또는 쓰여진 일종의 기념식으로, 권력의 정당화와 동시에 이 권력의 강화를 현실 속에서 산출해야만 했던 기념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법률의 연속성에 의해 사람들과 권력을 사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입니다. 즉, 사람들을 권력의 연속성에 연결시키고 권력의 연속성에 의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권력의 영광, 예(본보기), 위업의 거의 감당할 수 없을 강렬함을 통해 사람들을 매혹시킨다는 것도 역사의 역할입니다. 법률의 멍에와 영광의 광채, 이 두 가지 면에 의해 역사의 담론은 권력 강화의 일정한 효과를 겨냥하는 것입니다. 의례, 성별식(聖別式), 장례식, 전설적인 서사로서의 역사는 권력의 조작자이자 강화자인 셈입니다.”(88~89쪽)

중세 시대 역사적 담론의 3가지 축(89~90쪽)
- 계보학적 축은 왕국의 유구함을 말하고, 위대한 선조를 되살리며, 제국이나 왕조를 창설한 영웅들의 위업 재발견
- 기억화의 기능으로서 연표와 연대기: 말해질 수 있고 말해질 값어치가 있으며 영속적으로 기억되어야만 한다는 것. 아무리 사소한 사실조차도 화석처럼 만들고 무한정한 현재로 만드는 기념비 속에 사실을 가둬버리고 고정. 니체는 역사를 기념비적 역사(과거의 위대함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자에게 어울리는 역사.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순간 중 최고의 것이 나에게는 아직 살아 있고 분명하고 위대하다는 것), 골동품적 역사(과거에 대한 보존과 전승. 옛부터 존재한 것을 조심스럽게 보호함으로써 자신이 생장한 조건을 나중에 자라날 자들을 위해 보존), 비판적 역사(“삶을 살기 위해서는 과거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힘을 가져야 하고, 때때로 이 힘을 적용해야 한다. 그것은 과거를 법정에 끌어내서 가차 없이 심문하고 결국에는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과거는 유괴선고를 받을 가치가 있다.”). 이상엽, 「니체의 역사-삶에 대한 역사의 유익함과 해로움에 대하여」󰡔철학󰡕69, 2001.

- 例(살아있는 법률, 또는 되살아난 법률)를 유통시켜 현재를 판단하고 현재를 법률에 종속.

“역사란 권력의 담론이며, 권력이 (사람들을) 복종(굴복)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의무의 담론입니다. 역사는 또한 광채의 담론이기도 한데, 이것에 의해 권력은 매혹하고 공포에 떨게 하고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91쪽)
- 두 기능이 종교, 의례, 신화, 로마의 전설 그리고 인도-유럽적 전설 속에 표상
- 역사는 주권의 역사 = ‘주피터’적 역사 = 로마인들의 역사


인종 투쟁의 대항역사

“중세의 가장 말기에 16~17세기에 등장한 이 새로운 담론은 더 이상 주권의 담론이 아니고 인종의 담론조차 아니며, 인종들에 관한 담론, 인종들 간의 대결 담론, 민족들과 법률들을 통한 인종투쟁의 담론일 것입니다. 이것은 서구가 알았던 최초의 非-로마적, 反-로마적 역사입니다.… 이것이 왜 반로마적이고 왜 대항역사일까요?”(92쪽)
- “이 대항 역사는 의무를 부과하는 주권자의 법률의 통일성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영광의 연속성을 산산조각 냅니다. 이 대항역사는 이 빛, 권력의 저 찬란한 눈부심이 사회체 전체를 망연자실케 하고 응고시키고 꼼짝 못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사회체를 질서 속에서 유지시키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실상분할하고, 사회체의 한쪽은 추지만 다른 쪽은 그늘 속에 내버려두거나 밤 속으로 내던지는 빛임을 보여줍니다. 그리 바로 이 역사, 인종들의 투쟁 서사와 더불어 생겨난 이 대항역사는 이 그늘의 편에서, 이 그늘에서 출발해 말할 것입니다. 이 역사는 영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담론, 혹은 영광을 잃어버린 사람들, 어쩌면 잠깐 동안, 그러나 의심할 바 없이 오랫동안 어둠과 침묵 속에서 이제야 자신들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담론일 것입니다.”(93~94쪽)
- ‘예속된 앎’과 ‘서민들의 앎’(24쪽), ‘앎들의 봉기’(26쪽)
- “우리는 그늘에서 나왔다. 우리는 권리를 갖지 못했으며, 영광도 갖지 못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우리는 입을 열고 우리의 역사를 말하기 시작했다.”(94쪽)


로마적 역사와 성서적 역사

“군주의 영광을 이야기하는 대신에 그와 반대로 조상들의 불행, 추방, 예속 상태를 말하고 정식화하는 데 집착하는 일종의 서사시나 신화나 종교의 형식들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 담론은 승리보다는 패배를 열거할 것입니다. 이 패배 아래에서 사람들은 바로 조상들의 권리와 잃어버린 영광을 회복시켜줄 옛 약속의 실행과 약속된 땅을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머리를 조아립니다.”(94쪽)
- 로마인의 정치적-전설적 역사(Rome/Babylon) vs 유대인의 신화적-종교적 역사(Jerusalem)
- 성서는 비참과 봉기의 무기
- “새롭게 태어나는 역사는 감춰졌던 어떤 것, 단순히 등한시됐기 때문만이 아니라 꼼꼼하게 고의로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은폐됐기 때문에 감춰졌던 어떤 것을 발굴하게 될 것입니다. … 그러므로 역사의 역할을 법률이 기만한다는 것, 왕들이 가면을 쓴다는 것, 권력은 환상을 씌우고 역사가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연속성의 역사가 아니라 판독의 역사, 비밀을 탐지하고 계략을 뒤집는 역사, 곡해되거나 파묻혀진 앎을 재전유하려는 역사일 것입니다. 그것은 봉인된 진실의 판독일 것입니다.(95~96쪽)
- 페트라르카 “역사에 로마의 찬미가 아닌 것이 있는가?” 인도-유럽적인 역사성의 종언. 로마가 새로운 바빌론이라며 (로마)의 가면을 벗겨내는 것이 중요하고 로마에 맞서 예루살렘의 잃어버린 권리들을 요구하는 젓이 중요한 역사가 등장하고 탄생. 인종투쟁의 역사에 관한 거대 담론이 탄생했을 때 ‘고전기’ 종료.


혁명적 담론

“이제 인종투쟁 담론이 보여줄 것은 바로 고전기로 간주되게 될 어떤 것을 다른 세계로 밀쳐 내버릴 종류의 단절입니다. … 유럽은 그때까지 몰랐던 이항적 분할로 갈라졌습니다. 완전히 다른 역사의식이 인종전쟁에 관한 담론과 (패자)부활에 대한 호소를 통해 구성된 동시에 정식화됐습니다.”(110쪽)
- 인종투쟁 담론이 당연히 전면적이고 총체적으로 피억압자에게만 속해 있으며, 적어도 그 기원에 있어서는 본질적으로 예속된 자들의 담론, 인민의 담론, 인민이 요구하고 말한 역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극히 유동적이고 다면적 전략을 갖춘 담론.
- 인종전쟁이 문제시되고 ‘인종’이라는 말이 꽤 일찍 등장하는 이 담론에서 이 ‘인종’이라는 말 자체는 하나의 안정된 생물학적 의미로 고정되지 않음
- 유럽에서 역사적 앎의 성립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대거 제거되고 풍요로웠던 때는 대략 주권의 역사와 인종전쟁의 역사 사이에 일종의 간섭·충돌이 일어났던 때
- “이러한 간섭을 통해 또는 이런 간섭에도 불구하고 17세기 잉글랜드의 담론, 19세기 프랑스의 담론, 19세기 유럽의 담론 같은 혁명적 담론이 제가 성서적이라고 부를 역사의 편에, 여하튼 요구로서의 역사, 봉기로서의 역사의 편에 분명히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103쪽)

“혁명의 이념과 기획은 무엇을 의미할 수 있으며 무엇일 수 있을까요?(103쪽)
- 법률의 질서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질서 아래에서, 법률의 질서를 통해, 법률의 질서 때문에 기능하는 비대칭·불균형·불의·폭력에 대한 판독
- 권력의 은밀한 질서가 그것을 질식시키고 은폐하기 위해 기능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인 실제의 전쟁을 백일하에 드러내려는 의지


인종주의의 탄생과 변형

“비대칭성의 판독, 전쟁을 백일하에 드러냄, 전쟁의 재활성화, 이것들은 적어도 18세기말 이후 유럽을 끊임없이 움직여 온 혁명적 담론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중요한 씨실임에는 틀림없으며, 중세 말 이후 인종투쟁을 이야기했던 이 거대한 대항역사 속에서 형성·정의·수립·조직됐습니다.”(104쪽)
- 칼 맑스가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1882) “우리의 계급투쟁을 어디서 발견했는지 자네도 잘 알걸세. 우리는 프랑스의 역사가들이 인종투쟁에 관해 떠들어댈 때 계급투쟁을 발견했지”
- 19세기 전반에 인종투쟁의 통념이 계급투쟁으로 대체
- 계급투쟁이 아니라 인종투쟁, 즉 생물학적·의학적 의미에서의 인종들 간의 투쟁이라는 용어로 이 오래된 대항역사를 재코드화하려는 시도, 즉 또 다른 대항역사인 인종주의 등장.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생물학적이고 포스트-진화론적인 테마로 대체한다는 특징. 전쟁의 의미가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투쟁(생존경쟁)
- 종의 분화, 최강자의 선택, 최적 인종들의 유지 등. 마찬가지로 언어나 법 등에 의해 두 인종, 두 이질적인 집단으로 분할된 이항적 사회라는 테마는 정반대로 생물학적으로 일원적인 사회라는 테마로 대체
- 국가는 한 인종이 다른 인종에 맞서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종의 완전성·우월성·순수성의 보호자. 인종의 순수성이라는 관념은 그것을 수반하는 일원적·국가적·생물학적 성격과 더불어 인종투쟁의 관념 대체. 생물학적 인종주의로의 전환


인종의 순수성과 국가인종주의: 나치적 변형과 소비에트 변형

- 인종들이라는 복수형에서 인종이라는 단수형으로의 이행을 대가로, 해방의 기획에서 순수성에 대한 관심으로 변형을 대가로 국가의 주권은 인종투쟁의 담론을 자신의 고유한 전략 속에 투여해 인수하고 재활용. 국가인종주의로서 인종 보호의 정언 명령
- 나치적 변형: 게르만 인종의 투쟁
- 소비에트 변형: 계급의 적을 인종의 적처럼 제거하는 의학적 경찰에게 사회의 조용한 위생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