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생명관리정치의 탄생] 10강

권순모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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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관리정치의 탄생 10강 1979년 3월 21일

 

미국의 신자유주의 : 경제적 틀을 사회현상에 적용하기

10강에서는 미국 신자유주의가 주목한 시장경제와 비상품적 관계에 대해 다룬다. 미국 신자유주의자들이 비상품적 관계, 즉 경제적 현상이 아닌 사회적 현상에 대해 시장경제에 특징적인 분석을 사용하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질서자유주의의 문제계 재검토

독일의 신자유주의자에게 시장은 불가결한/필수적인 경제적 조정의 원리다. 또한 통치의 임무는 사회정책을 시장의 취약한 경쟁 메커니즘이 완전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사회정책이란 사회 절차를 받아들이고 고려하며, 사회 절차 안에 시장 메커니즘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고자 하는 정책을 뜻한다. 사회정책의 목표는 1) 중앙집권화 회피 2) 중소기업 우대 3) 수공업이나 영세 소상공 등 ‘비프롤레타리아 기업’ 지원 4) 소유 통로의 증대 5) 사회보장의 개인보험으로의 전환 5) 환경 문제의 규칙화 등에 있었다.

이와 같은 사회정책은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1) 사회정책은 경제의 과중하고 실제적인 절차와 관련해 전적으로 희망 관측적이고 가벼운 속성을 갖고 있다. 2) 매우 많은 개입의 여지를 갖고 있는 사회정책이 경제절차를 위한 개입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실제로 준수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정책의 다의성

독일 질서자유주의에 따르면 사회정책에는 기업 개념을 중심으로 경제적・윤리적 다의성이 존재한다. 사회정책은 ‘기업’ 형식을 사회체나 사회조직 내에서 일반화시키고 사회체를 개인 이 아닌 기업 단위에 따라 분배・분산・배급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을 한다. 개인의 삶은 사회, 혹은 국가 같은 대기업의 틀 안에 개별적 삶으로서 기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혼합되어 착종된 다수의 다양한 기업의 틀 안에 기입되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업들은 개인 수중에 있어야 하고, 개인의 행위・결정・선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아야 한다. 즉, 사유재산, 가족, 부부생활, 보험, 퇴직 등과 관련해 개인의 삶 자체가 자신에게 일종의 항구적인 기업, 다수의 기업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이처럼 질서자유주의자들의 사회정책은 가장 미세한 단위의 기업 모델에 따라 사회를 재형식화하고자 한다.

 

사회적 영역에서 보편화된 ‘기업’ 형식, 경제정책과 생명정책

‘기업’ 형식의 일반화란 경제 모델, 수요와 공급 모델, 투자-비용-이윤의 모델이 사회의 모델, 실존의 모델, 개인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시간, 이웃, 미래, 소속 단체, 가족 등과 맺는 관계의 형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한편 질서자유주의자들은 기업을 보편적으로 일반화된 사회모델로 만들려는 구상을 도덕적 ・문화적 가치의 회복과 연관시키고자 한다. 당시에는 기업 형식의 일반화와 함께 개인이 노동환경, 삶의 시간, 부부생활, 가족, 자연환경 등과 관련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서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기업사회란 시장을 위한 사회이자 시장에 대항하는 사회였다.

 

“집단의 최적 생산성과 개인의 최대 독립성을 위해 시장경제의 원칙들에 따라 사회체의 경제를 조직하려고 한다면 새롭고 더 큰 통합의 필요성을 충족시켜야 한다.”(뤼스토우) ← 생명정책


“경쟁이 할 수 없는 일을 경쟁에 요구하지 말자. 경쟁은 시장경제와 분업에서 성립되는 특수한 영역에서의 질서와 감독의 원리다. 그러나 그것은 그 위에 사회 전체를 건립할 수 있는 원리가 아니다. 도덕적이고 사회적으로 말해서 경쟁은 통일보다는 오히려 교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원리다. 만약 경쟁이 사회에 폭파제로서 사용되지 않게 하고, 또 변질되지 않게 하려 한다면 경제의 바깥에서 경쟁에 대한 한층 강력한 틀, 한층 강고한 정치적・도덕적 틀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뢰프케)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틀은 한 국가가 경쟁상태에 있는 여러 단체 혹은 여러 기업 위에서 스스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이해관계에 굶주린 단체 위에 군림하는 강력한 국가, 지고한 경제적 도덕성, 자연적으로는 뿌리가 굳건하고 사회적으로는 통합된, 협동의 준비가 되어 있는] 붕괴되지 않는 공동체”를 보장하고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사회에 통합된” 사람끼리의 협력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에서 시장경제 형식의 무제한적 일반화

1) 개인 행동의 인지 가능성 원리 :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의 양의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엄밀하고 완전하고 망라적인 급진성과 더불어 자신을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신자유주의는 항상 사회체에 시장의 경제적 형식을 일반화하려는 강한 지향성을 갖고 있다. 시장경제 형식의 일반화는 통화의 교환을 넘어 사회관계와 개인 행동의 인지가능성의 원리, 해석의 원리로 기능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제주의적 분석을 일삼는다.

신자유주의자에게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는 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투자를 의미한다. 이 투자는 자녀의 인적자본을 구성하고 이 인적자본은 소득을 산출하게 해준다. 이 소득은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받는 임금이고 어머니에게는 심리적 소득이 주어진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자는 투자, 자본의 비용, 투자된 자본의 경제적 이익과 심리적 이익이라는 견지에서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양육/교육 관계를 분석한다.이러한 분석은 출생률에도 적용된다. 소득이 커질수록 자녀 수가 적어지는 현상에도 경제적 요소가 작동한다. 고소득자는 큰 인적자본을 보유한 사람들로 전통적 유산 상속과 다른 형태로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인적 자본을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바, 이것이 고소득자가 자녀 수를 제한하는 이유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자는 인구통계학, 사회적 관계를 경제학적 개념으로 파악하면서 결혼 문제를 경제적인 합리화 차원에서 분석한다.

 

‘경제학적 분석이 최근에 한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는 전통적으로 기업과 소비자에 한정되어 있던 분석 틀을 부부생활의 영역에 전적으로 적용시킨 데 있다. 부부생활은 전통적인 기업과 같은 자격의 갖는 생산 단위로 볼 때 특정한 투입량을 공급하고 부부생활의 산출량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특정한 비율에 따라 분배하기 위한 쌍방 간의 계약적 약속이다. 부부는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 교환에 속하는 무수한 계약을 부단히 재협상하고 감독하기 위해 비용이 드는 절차에 참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장기계약에서 자신을 규제하는 교환관계를 확정한다.’(미귀에)

 

피에르 리비에르의 수기[『내 어머니와 누이와 남동생을 죽인 나, 피에르 리비에르』]에 따르면 그의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19세기 초 농민 부부의 결혼생활은 상거래에 의해 짜여 있었다. 즉 결혼계약은 항구적인 상거래로 아버지와 어머니, 남자와 여자 관계는 공동생활과 관련된 계약화의 일상적인 전개였다.

2) 통치 개입에 대한 비판 원리 : 신자유주의자는 경제적 틀을 통해 통치행위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공권력 행사에서의 남용・과잉・무용성・과다한 낭비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경제적 틀을 적용해 정치 행위와 통치행위에 대한 부단한 정치적 비판을 정착시키고 정당화하고자 한다. 수요와 공급의 게임이라는 관점, 이 게임의 소여에 대해 갖는 효력이라는 관점, 공권력의 시장 영역 개입에 수반되는 비용이라는 관점에 입각해 공권력 행사 전체를 검열하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한 법적 비판이 아니라 공권력 행사에 대한 냉소주의적인 상업적 비판이다. 미국에서는 신자유주의 학파나 시카고 학파가 발달하기 이전부터 존재한 미국기업연구소에서 이와 같은 비판이 발전했다. 이 기관은 모든 공적 활동을 비용과 이윤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한다. ‘경제학적 실증주의’라는 형식으로 통치정책을 끊임없이 비판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자의 통치정책에 대한 경제주의적 비판은 공권력의 행사를 모순, 정합성의 결여, 무의미라는 관점에 입각한 검열이라 할 수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에서는 사람들이 통치에 대해 시장의 형식을 존중하고 자유방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서는 통치의 모든 행위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 법칙의 이름으로 자유방임을 통치에 대한 자유방임의 불허로 바꿨다. 이는 통치에 맞서는 항구적인 경제법원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에는 통치행위의 과도함에 맞서 법권리로서 공권력 행사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법원을 설립하고자 했다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경제와 시장의 관점에서 통치행위를 측정하는 경제법원이 들어서게 된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의 양상 : (2) 비행성과 형벌정책

1) 경제주의적 인지가능성의 틀을 통한 비경제적 행동 양식 분석 2) 시장 관점에 입각한 공권력의 행동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범죄성과 형사재판의 기능에 대한 신자유주의자의 분석의 두 가지 특성이다.


역사의 환기

1) 18세기 말의 형법개혁 문제 : 아이작 에를리히, 조지 스티글러, 게리 베커 등은 범죄성 분석에서 체자레 베카리아, 제러미 벤담이라는 18세기 개혁주의자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18세기 말 형법개혁에서 개혁자들은 정치경제학적 문제를 제기했다. 형사재판이 기능하는 방식을 경제학적으로 계산하거나 경제학적 논리와 합리성의 이름으로 비판했다. 비행에 드는 비용, 도둑이 활보하는 국가나 도시가 치러야 하는 비용, 사법의 실천과 사법제도의 기능에 드는 비용 등을 계산했다. 그리고 비용이 최대한 낮아지는 형벌체계를 찾고자 했다.

2) 경제적 계산과 합법성의 원칙 : 18세기 말-19세기 초의 입법자와 법전 편찬자들은 최종적으로 법률존중주의적 해결을 선택했다. 좋은 법률은 사람들을 확실하고도 효과적으로 벌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1) 법률이 없는 한 범죄는 없다. 2) 형법은 법률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 3) 형벌은 법률 내부에서 범죄의 심각성 자체에 따라 가감되어야만 한다. 4) 형사재판소는 확증되고 입증된 범죄에 법률을 적용하는 일을 수행하는데, 이 법률은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에 의거해 받아야할 형벌을 사전에 정해준다. 바로 이것들이 사회에 유해한 행위를 처벌하고 제거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형식을 구성한다.


3) 19세기 법에 기생한 규범과 범죄인간학의 탄생 : 18세기 말까지 형벌권력에 의해 법률 메커니즘은 경제 원리로서 유지되어 왔다. 호모 페날리스, 즉 형벌을 받을 수 있는 인간, 법률에 노출되고 법률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인간이 바로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것이다. 즉 법률이 형벌제도를 경제학에 접속시켜 주었다.

그런데 19세기에 들어 법률은 행위만을 처벌하고 형법은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데에서 존재 원리를 찾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처럼 행위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법률 형식과 개인만을 대상으로 삼는 법률의 실질적 적용 사이에서 나타나는 양의성은 개별적인 법률 적용을 받는 개인을 심리학적・사회학적・인류학적으로 문제시하는 식으로 변화했다. 19세기를 거치면서 호모 페날리스가 호모 크리미날리스로 변해갔던 것이다.

19세기 말 범죄학이 탄생했을 때 호모 레갈리스, 호모 페날리스는 범죄의 인간학에 의해 다시 수용된다. 범죄 인간학은 법률의 경제적인 메커니즘을 인플레이션의 형식으로 대체했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이란 지식・인식・담론의 인플레이션을 뜻하는데 당시 심급・제도・판결의 요소들이 증가했으며 규범에 입각한 조치가 법률에 의거한 판결에 기생하는 경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에서 형법 체계는 19세기 말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분석

(1) 범죄의 정의 : 베커는 「범죄와 처벌」에서 범죄를 개인이 형벌에 처해질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하는 모든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법전은 범죄의 실질적 정의를 부여하는 것을 피하면서 재판관의 관점에서 법률이 처벌하는 모든 행위를 범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는 범죄를 일으키는 자의 관점에서 행동의 주체에게 범죄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2) 범죄의 주체를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특징화하기 : 신자유주의자는 노동 문제를 자본이나 경제적 메커니즘과 절차의 관점이 아니라 노동하기로 결정하는 자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것처럼 범죄 문제를 개인적 주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새로운 개인의 행동에 관한 분석에서의 인지가능성의 잣대가 바로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주체다. 권력이 개인을 조정하는 원리도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틀인데, 이는 통치와 개인의 경계면에 자리한다.

개인적 주체를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간주하면서 범죄를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개인이 범하는 행동으로 정의한다면 교통법규 위반과 계획적 살인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범죄자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고 어떤 인물이어도 상관없다. 범죄자는 하나의 행동에 투자하고 거기로부터 이득을 기대하며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3) 법적 ‘강제’의 도구인 형벌의 위상, 마약 시장의 사례 : 신자유주의에서 형벌체계는 일련의 행위를 담당한다. 이 행위는 행위자에게 이익이 기대되는 동시에 위험을 수반하는 행동, 즉 경제적 손실의 위험뿐만 아니라 형벌의 위험, 더욱이 형벌체계에 의해 야기되는 경제적 손실의 위험을 수반하는 행동을 생산한다. 즉, 형벌체계는 범죄자가 아니라 그런 유형의 행동을 생산하는 사람들에 관여한다. 형벌체계는 범죄의 공급에 대처해야 한다.

베커에 따르면 처벌은 어떤 행위가 야기되는 부정적 외부성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이다. 18세기에는 처벌되는 행위 자체가 유해한 것인 바, 그 유해한 효과를 해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법률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통해 처벌이 정당화되었다. 처벌의 계측에 유용성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자는 법률의 인포스먼트enforcement에 주목한다. 그것은 법률의 정식화의 본질을 이루는 금지 행위에 사회적 현실, 정치적 현실 등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의 총체다.

법률의 인포스먼트 도구는 1) 각각의 범죄에 대해 예정된 처벌의 양 2) 범죄를 탐지해야만 하는 장치의 중요성, 활동, 열정, 능력 3) 범죄자의 죄를 입증해야만 하고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장치의 중요성과 질 4) 재판관이 판결을 내리는 신속성이 갖는 대소의 폭과 법에 의해 정해진 여백 내에서 재판관의 엄격성이 갖는 대소의 폭 4) 처벌의 효율성이 갖는 대소의 폭, 형벌 적용의 고정성이 갖는 대소의 폭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곧 품행으로서의 범죄의 공급에 소위 부정적 수요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다. 즉 법률의 인포스먼트는 범죄 공급에 부정적 수요를 대립시키는 범죄시장에 대한 행위 도구의 총체다.

법률의 인포스먼트는 중립적이지도 않고 무한정 확장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1) 범죄의 공급이 획일적이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탄력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범죄 공급은 그것에 대립되는 부정적 수요의 모든 형태 및 모든 수준에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2) 인포스먼트 자체가 정치적・사회적 불편을 동반하는 등 비용이 들고 부정적 외부성을 가진다. 18세기의 개혁자들은 보편적 적법성 체계를 구축하면서 합리성의 원리, 형벌 계산의 조직화 원리에 기반해 일망감시가 가능한 투명한 체제를 만들어 경제적 계산을 할 줄 아는 개인이 형벌이 너무 크다는 이유를 범죄를 단념하게 만듦으로써 범죄를 완전한 소멸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는 범죄의 완전 해소를 포기하고 형벌시장에서의 범죄 공급과 관련한 단순한 개입을 조정 원리로 하는 형벌정책을 내세운다. 그것은 범죄 공급을 부정적 수요를 통해서만 제한하는 개입이며, 이 부정적 수요에 드는 비용은 당연히 공급을 제한해야 하는 범죄성의 비용을 결코 초과하지 말아야 한다.

 

“인포스먼트의 목표는 사회가 스스로 용인할 수 있다고 믿는 정도까지, 미리 정해진(혹은 금지된) 행동 양식의 규칙을 준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가 규칙의 ‘완전한’ 인포스먼트에 선행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인포스먼트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스티글러)

 

신자유주의자에 따르면, 사회는 일정한 투자를 이용해 사회를 만족시키기에 적합한 행동 양식을 생산한다. 따라서 적절한 형벌정책은 범죄의 절멸을 지향하지 않고 범죄의 공급곡선과 부정적 수요곡선 간의 균형을 목표로 삼는다. 더 나아가 사회는 철저한 규율체계에 따를 필요가 전혀 없다. 한 사회에 일정 비율의 불법행위가 있어도 문제가 없고 오히려 불법행위의 비율을 무제한적으로 줄이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 형벌정책의 본질적인 질문은 ‘범죄로서 무엇을 용인해야 하느냐? 용인하지 않는 것을 용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냐’에 있다.

 

“얼마만큼 많은 수의 경범죄가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수의 비행자가 처벌되어야만 하는 것일까”(베커)

 

범죄성이 시장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으로는 마약 문제가 있다. 마약 문제는 시장현상으로서 경제분석에 속하고 직접적인 범죄경제에 속한다. 1970년대 이전에는 마약 관련 법률의 인포스먼트 정책은 마약 공급의 축소였다. 하지만 마약 정제 및 유통 조직망의 부분적 와해는 마약 단가를 상승시켰고 몇몇 거대 조직망의 독점 또는 과점을 조장하고 강화했다. 시장 법칙과 경쟁 법칙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중독자의 경우, 가격 여부와 상관없이 상품을 구하므로 가격 상승은 곧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즉 마약 수요의 모든 단계의 비탄력성이 범죄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의 관점에서 나온 해결책은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가격은 높여 가격 자체가 예방의 무기가 되도록 만들고 마약 중독자에게는 최소한의 범죄를 유발시키도록 하기 위해 최저 가격으로 마약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마약을 의존성 여부가 아니라 유도성 여부, 탄력적인 마약 소비와 비탄력적인 마약 소비로 구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차별화된 요소를 수반하는 시장의 합리성, 즉 경제적 합리성에 따르는 법률의 인포스먼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분석의 귀결 : ① 범죄자의 인간학적 의미의 소거 ② 규율 모델의 실효성 상실

이상의 논의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1) 범죄자의 인간학적 의미가 소거된다. 경제적 행동 양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동시에 경제적 행동 양식으로 관리될 수 있는 행동 양식의 요소・차원・ 수준이 가정된다. 타고난 범죄자, 일시적 범죄자, 성도착자와 그렇지 않는 자, 상습범 사이의 구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형벌행위는 가능한 이득과 손실의 게임과 관련된 행위여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범죄를 공급하거나 부정적 수요와 만나는 경우로서의 시장환경에 작용을 가해야 한다.

2) 이런 분석의 지평에 나타나는 것은 철저하게 규율적인 사회 안에서 사법적 망이 개인들을 속박하면서 규범적 메커니즘으로 교체되고 내적으로 연장되는 사회의 이상 혹은 기획이 아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규격화의 메커니즘 및 규격화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한 사회가 아니다. 반대로 이런 지평에서는 차이의 체계가 최적화되는 사회, 변동하는 절차에 그 장이 자유롭게 열려 있는 사회, 개인이나 소수자의 실천에 관용을 보이는 사회, 게임 참가자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과 관련해 작동하는 사회, 개인을 내적으로 종속화하는 유형의 개입이 아니라 환경적 유형의 개입이 행해지는 사회의 이미지, 관념, 주제 프로그램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