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비정상인들] 10강

권순모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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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3월 12일 강의



■ 지난 강의에서 말하지 못했던 두세 가지 것들

― 18세기 미성년의 섹슈얼리티가 문제설정의 영역으로 부상했다는 것은 이미 지난 3월 5일 강의에서 언급한 바대로다. 이들의 섹슈얼리티는 타자와의 관계에 기초하지 않는 섹슈얼 리티이며 따라서 자가성애 autoeroticism와 자위행위로서 제기되는 섹슈얼리티다. 그리고 이로부터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었으며, 자위행위를 막는다는 차원에 서 전개되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육체적 접촉도 시작된다. 물론 이것이 근 대가족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아님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 2월 26일 강의와 관련해서, 기독교도적인 육체의 문제, 살의 문제도 이 근대가족 안으로 옮겨와 있었다. 고백은 장소를 옮겼으며 살은 가족의 침대 위에서 경련한다. 그리고 그 경련은 손과 몸의 문제, 즉 자위행위의 문제로 좁혀진다. 그런데 경련하는 신체, 고백해야 할 신체가 이처럼 축소되고 형해화形骸化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 가지 다른 변형도 확 인할 수 있다. 하나는 정신적 고통은 갈수록 신체적인 증상으로 치환되는 경향을 보인다 는 점. 즉 육신화somatization. 다음으로 미성년화infantilization. 모든 기독교도의 문제 였던 살을 통한 음욕의 고백이라는 주제는 이제는 자기성애와 지위행위의 유혹에 빠지는 미성년의 문제로 변형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학화medicalization. “이제부터 이 문제 는 의학적 권력과 지식이 제공하는 합리성과 통제를 참고하기 시작한다. 원죄와 관련된 모든 담론들은 육체적인 진단과 선고, 그리고 그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처방되는 구체 적인 물질들로 환원된다.”

― 다만,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들을 부부 중심의 새로운 가족제도, 즉 핵가족이 만들어 진 결과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MF 가 보기에 오히려 反자위행위 캠페인은 결과라기 보다는 도구였다. 가족관계를 촘촘하게 만들고, 부모와 자식 사이를 애정으로 가득 찬 견 고한 단일체로 벼려내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미성년의 몸은 부부를 공통의 관심사로 묶었 으며 자식의 생사生死는 이제 부모의 책임이 되었다. 그리고 몸을 아프게 할지 모르는 자 식의 자가 성애는 관리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 위험은 아이들의 욕망에서 온다!

: 근친상간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부르주아 가정에서 받아들인 이유

― 그런데, 미성년의 섹슈얼리티와 근대 핵가족의 관련을, 다음과 같은 단선적인 논리로 도 식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 경제적 이유 그 부부 중심의 가정 그 섹슈얼리티 금지 그 섹 슈얼리티를 금지로 보는 병리학적 회귀 그 미성년의 섹슈얼리티가 문제시 ] 일련의 모든

요소들이 순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요소란, “아이들의 몸에 부 여된 가치, 아이의 삶에 부여된 경제적이고 감정적인 가치, 이들 몸에 생길지도 모르는 공포, 그들의 섹슈얼리티와 관련해서 주입된 두려움들, 즉 이것이 아이와 몸을 다치게 할 지 모른다는 걱정, 이 문제와 관련해서 비난과 책임이 맞물린 부모자식 관계, 부모와 자 식 사이에 당연한 듯 근접한 공간적 배치, 치밀하게 좁혀져 있는 가족 공간, 모든 공간에 섹슈얼리티가 침입할 수 있고, 또 그렇기에 의학적인 통제가 이 공간을 에워싸는 현상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부부 중심의 가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순환적으로 맞물린다.

— 이와 관련해서 파는 두 가지 사실을 주목한다. 첫째, 이런 순환적 맞물리기의 과정은 19 세기 말 ‘근친상간’이라는 주제가 왜 그토록 부르주아 가정을 격렬하게 들끓게 했는지, 그 리고 이런 논의에 반발하는 만큼이나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미성년의 섹슈얼리티는 성인들의 섹슈얼리티와는 다르다? 으 이것이 부모가 자식 의 자위행위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하겠는데, 또 다른 문제를 유발. 그 미성년의 섹 슈얼리티가 자가 성애라면 아이들은 성장해서 어떻게 성년들처럼 타자-이성과 성적 관계 를 ‘정상적’으로 맺을 수 있겠는가? 으 (어른의 유혹? 가르침? 모방?) 으 그런데 아이들의 섹슈얼리티는 19세기 말 부부중심의 가족형성과 더불어 국지적으로 완벽하게 봉쇄된 상 태. 으 이런 상황에서 자식들의 자위행위를 막는다는 것은 자식들의 욕구를 다른 방향으 로 변환시킨다는 것을 의미. 그리고 실제로 부모들은 그러한 캠페인 하에서 아이들에게 근친상간적인 부주의한 행동을 부추기도 했음. 이런 변환된 욕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으 그렇다면 아이들의 욕망은 부모의 근친상간적인 유혹=욕망의 산물? (극구 부정, 받아들일 수 없는 일)으 그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근친상적인 욕망을 가진다는 이론. 으 의외로 부모들이 선선히 받아들임. 이 지점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더욱 구체적으 로는 근친상간의 정신분석적 이론들이 서 있는 자리 으 이런 의학적 이론들을 매개로 근 친상간은 모든 소소한 비정상의 근원으로 상정될 수 있었고 그 위반을 부모와 자식 관계 의 중심에 설정할 수 있게 됨. 그리고 이런 의학이론의 수용은 의학적인 기술이 가족의 내적 관계를 장악하는데 도움. “그가 욕망하는 것, 나는 그것을 권위 있는 과학적인 앎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의학지식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이 미친 욕망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부모들이 20세기 초반 정신분석학 이래 가정의 의학적 규범화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해 어떻게 열렬하고 헌신적인 추종자가 될 수 있었는지,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미성년의 몸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하는 새로운 흐름과도 일치하는 듯 보인다. 그것은 ‘학교교육의 확산’이라는 흐름이었다. “19세기 말에 학교교육의 보급과 규율적인 훈육의 방식은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가정에서 분리시켰다.”


■ 위험은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에게서 온다!

: 도시 프롤레타리아의 규범화와 노동계급 가정에서 최적의 배치

―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反자위행위 캠페인은 부르주아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흐름으로 한 정된다. 프롤레타리아트의 가정에서는 전혀 다른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었다. 사실 18세기 까지 시골과 도시의 하층민들 사이에는 여전히 중세적인 결혼의 원칙이 강하게 관철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초반 도시 프롤레타리아트의 형성은 이런 전통적인 공동체 의 규범이 깨어지는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유동적인 도시빈민, 대규모 산업예비군의 형 성. 그 부유하는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에 자유로운 혼외결합, 성적결합이 성행. 그리고 부 르주아들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이런 혼외 섹슈얼리티를 상당 기간 경제적인 이유로 묵인하 기도 했다. 그런데 19세 중엽, 상황은 달라진다. 노동자계급의 안정성이 요청되기 시작했 던 것.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의 테마, 혼인의 견고성을 주장하는 광범위한 캠페인이 전개 되기 시작. 핵심은 공동의 방, 부모 자식 간 공동의 침대, 서로 다른 성별간의 공동의 침 대를 금지하는 방향. 부르주아 가족의 캠페인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물리적 신체적 거리 를 가급적 좁히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면, 노동자계급 가족의 캠페인은 “몸과 몸 사이에 가능한 한 최대한의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전개. 문제가 되는 근친상간의 주제도 달라짐. 형제 자매 사이의 근친상간, 아버지와 딸 사이의 근친상간, 존속尊屬과 비속卑屬의 혼거混 居가 낳을 수 있는 근친상간의 회피.


■ 근친상간의 두 가지 이론들

― “그러므로 우리는 19세기 전개된 두 캠페인, 두 메커니즘, 근친상간에 대한 두 가지의 두 려움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여기서) 알 수 있다. 물론 미성년의 섹슈얼리티를 중심으 로 정서적으로 강력하게 응집된 부르주아 가정을 형성하려는 캠페인과, 노동자 계층 가정 의 견고화와 분할을 위한 캠페인은 최종적으로 어떤 한 지점에 수렴하여 어떨 때는 서로 교환되고 또 다른 때는 서로 공통의 것이 되는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계층에 공 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정의 모형이 핵가족인 것도 분명.

― 하지만 동시에 이 핵가족이라는 공동의 형태 아래에는 완전히 상이한 두 개의 과정이 발 견된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금껏 설명해 왔듯이, 위험한 것으로 부각된 미성년의 몸 주변에 긴밀하게 가족들이 배치되는 근접ㆍ응고의 과정과, 위험한 어른의 섹 슈얼리티로부터 미성년의 거리를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가족을 배치하는 재배치의 과정이 그것. 그리고 이런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가정으로 권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로 의학적 권력과 사법적 권력이다. 전자는 미성년 의 섹슈얼리티가 위험한 부르주아 가족에 대해, 후자는 성년의 섹슈얼리티가 위험한 프롤 레타리아트 가족에 대해 주로 작동한다. 전자가 미성년 근친상간과 가정 공간 안에서 일 어날 지도 모르는 당혹스런 결과를 관리하는 정신분석학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위험에 처

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층민의 가정을 감시하는 사회학적 이론이라고 하겠다. 전 자가 욕망을 가정 안으로 다시 밀어 넣고 아이들을 가정으로 되돌린다면, 후자는 욕망으 로 가득 찬 가정으로부터 아이를 떼어내어 사회적으로 관리한다.

― 이처럼 “가정을 성적으로 부각시키는 두 가지 방식, 섹슈얼리티를 가정으로 돌리는 두 가 지 방식, 성적인 금기가 행해지는 두 가지의 가정 공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중성을 그 어떤 이론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다.”(328)


■ 비정상인의 선행조건 : 정신의학ㆍ사법의 결합과 정신의학ㆍ가정의 결합

―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은 강의 전반부에 다루어진 내용, 즉 정신의학과 사법의 결합 속에 서 법률적인 괴물이 창출되는 과정과 어떻게 대비될까? 이전 강의에서 살펴보았듯이, 정신 의학과 사법의 결합으로부터 세 가지 중요한 일이 생겨난다. 첫째, 범죄와 광기가 공통의 장으로 규정된다. 모든 범죄의 뒤에는 광기가 어른거리고, 모든 광기에는 범죄의 위험이 있다. 둘째, 바로 그 공통의 장에서 법의학이라는 심급이 부상한다. 법원의 정신감정을 통 해서 정신의학자는 형법학자가 되어간다. 셋째, 이를 설명하는 정신의학적인 개념으로 ‘억 제할 수 없는 충동’ 등이 특권화 된다.

― 마찬가지의 도식을 지금 검토한 과정에 대입하면 어떨까? 괴물의 자리를 대체하는 ‘사춘 기’ 자위행위자는 정신의학과 가정의 결합 속에서 창출되며 이 결합으로부터도 세 가지 중 요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겠다. 첫째는 자위와 질명이 공통의 장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자 위행위는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부상하며 病因論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둘째, 이 공통의 장에서 가정공간의 합리화와 의학적 개입이 정당화된다. 그리고 셋째, 이를 설명하 는 정신의학적인 개념으로 ‘성적 충동’이라는 새롭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 성적 충동은 제 어하고 억제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 법률적 괴물을 규정하는 사법적ㆍ정신의학적 결합과 도 접속하게 된다.


■ 섹슈얼리티의 문제틀과 성적 변칙들에 대한 분석


■ 정신의학의 인식론적ㆍ정치적 과업으로서 충동과 섹슈얼리티의 쌍생아적 이론

― “정신의학은 가정의 조그마한 권력에서부터 찬연히 빛나는 법의 일반적인 형태에 이르기 까지 두루 모습을 보이며, 권력의 메커니즘이 기능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개인적인 기 술로서 작동한다.” 그런데 정신의학이 간섭하는 영역이 이처럼 엄청나게 확대되는 상황에 서 정신의학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임무에 봉착하게 되었다. 충동과 섹슈얼리 티를 한데 묶어서 단일한 장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최소한의 성적인 충동이 모든 정신병, 더 일반적으로 발해서 중요한 법을 침해하는 위반이라던가, 가정이라는 작은 단위를 교란

시키는 사소한 변칙이라던가, 상관없이 모든 무질서한 행동의 구성요인이라는 점을 보여 주어야만 했다.” 단순히 담론만이 아니라, 분석, 개념, 이론, 방법을 개발해야 했던 것. 이 것이 19세기 중반 정신의학이 당면한 과제였다. “이 모든 문제들은 충동과 섹슈얼리티, 욕 망과 광기, 쾌락과 범죄라는 짝 개념으로 설명될 것이다. 그래서 사법장치의 경계선에서 나타난 거대한 괴물들은 축소되고 분쇄되면서 가족관계의 부드러운 측면으로 일상화될 것 이다. … 그런가 하면 어린 자위행위자들은 그 연속적인 발생, 확장, 탈구 등에 의해 강간 하고 자르고 뜯어먹는 엄청난 광기의 범죄자가 될 것이다. 어떻게 이런 통합이 일어나는 가? 다시 말하면 어떻게 정신의학의 인식론적ㆍ정치적 과업으로서 충동과 섹슈얼리티의 쌍생아적 이론이 형성되었는가?”


■ 성 병리학의 기원 (하인리히 칸Heinrich Kaan)


■ 성적 충동 및 상상력의 역사에서 토대가 되는 광기의 病因論

— 그 단초로 M.F. 가 주목하는 것이 정신의학자 하인리히 칸이 1884년 라틴어로 작성한 논 고,『성적 정신병질』. 당시 정신의학은 자위행위를 포함한 모든 성적 이상의 계통수系統樹 를 작성하여 인간의 섹슈얼리티가 가진 자연성을 강조하고 그 일반성을 원칙화하려는 시 도를 하고 있었는데 칸의 시도는 그 첫 시도에 해당. 그의 논의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 서 중요한 논점을 함축. 첫째, 충동의 비정상성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둘째, 그런데 충동의 자연성과 비정상성 사이의 모호한 내적 관계는 특이하게도 미성년의 시기에만 나타난다. 셋째 성적충동과 상상력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를 가진다. 특히 상상과 충동의 메커니즘은 ‘비정상’이 고착되는 단일 지점으로서 모든 질병과 광기가 출발하는 病因論의 중심으로 부 상한다.

— M.F. 에 따르면 하인리히 칸과 더불어 섹슈얼리티와 성적 일탈이 정신의학의 장 안에서 생겨나고 부각되었다. “성적 충동이 모든 심리적, 육체적인 삶을 지배한다.” 다음 시간에는 정신의학이 상상과 쾌락과 관련된 충동이라는 새로운 장을 발견하고 이 영역을 포착하기 위한 도구와 이론을 개발하기 위한 경위를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