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note[스피노자와 표현 문제] 20210219

권순모
2021-02-26
조회수 279

스피노자와표현문제20210219

 

18장 제3종 인식을 향하여

 

1종 인식의 복합성 : 자연 상태, 시민 상태, 종교 상태/기호와 1종 인식

인식의 유類들은 삶의 방식, 실존 양식이기도 하다. 1종 인식(상상)에는 자연 상태, 시민 상태, 종교 상태가 있다. 자연 상태의 기호는 지시적 기호이고 시민 상태의 기호는 명령적 기호이며 종교 상태의 기호는 계시적 기호다. 기호에 의한 인식은 부적합한 인식이다. 명령적 기호에 가면 모든 법칙이 도덕 법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종교 상태에서 계시적 기호는 상상의 종교, 예언자들의 종교를 정의한다. 기호의 영역을 벗어나 표현의 영역으로 들어간 2종 인식에도 종교가 나오는데 이것은 지성의 종교다.

 

2종 인식과 이성 상태

인식의 종류 간의 진정한 단절이 등장한다. 1종 인식과 2종 인식 간에 단절이 나타난다. 공통 개념들과 함께 표현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공통 개념들은 최초의 적합한 관념이고, 공통개념을 형성해야만 부적합한 기호들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통 개념은 신 관념으로 인도하기 때문에 종교를 내포하는데 이 종교는 지성의 종교, 솔로몬의 종교, 사도使徒들의 종교, 진정한 그리스도의 종교다. 1종 인식에서는 명령하고 지시하고 복종을 강요했다면 2종 인식에서는 사랑이 복종을 대신한다.

 

공통 개념들의, 실존 양태들에의 적용

공통 개념은 특수한 실존 양태들에 적용된다. 공통 개념은 신체/물체들의 특징적 비比에 대한 인식, 또는 특징적 비比들의 합성 및 합성 법칙에 대한 적합한 인식에 이르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것은 물체들이 합성되고 분해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공통 개념은 자연의 포지티브한 질서를 인식시킨다. 여기서 자연의 포지티브한 질서는 화합하고 대립하는 구성비들의 질서라는 의미를 갖는다. 2종 인식 단계에서 비로소 자연의 법칙들은 더이상 계명과 금지가 아니라 합성의 규준, 능력 실행/구현의 규칙으로 나타난다. 이런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사물들을 인식하면 우리의 관념은 신의 본질을 더 많이 표현하게 된다.

 

『에티카』의 발견으로서의 공통 개념들, 『지성개선론』에서의 예감/전조들

이 항목에서는 공통관념의 위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공통 개념은 스피노자 철학에서 중요한, 결정적 계기가 된다. 『소론』과 『지성개선론』에는 공통 개념이 나오지 않는다. 스피노자가 공통 개념을 발견하고 나서 작업의 방향이 달라졌다. 『지성 개선론』에는 공통개념의 근사치로서 “고정되고 영원한 것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 합성의 규준, 능력 실현의 규칙을 의미한다. 연장, 운동, 정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 개념으로 개념화하지는 않았다. 『지성 개선론』에서는 덜 보편적인 공통 개념에 대한 것도 언급했다. “고정되고 영원한 것들” 안에 기입되어 있는 법칙들은 비比들의 합성의 법칙이기도 하고 본질의 생산의 법칙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종 인식과 3종 인식 두 가지에 동시에 걸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성개선론』에서는 공통 개념이라는 개념이 없어 두 가지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다른 종류의 법칙, 즉 비들의 합성의 법칙과 본질의 생산의 법칙을 동일시했다. 둘을 구별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따라 지각 양식을 다시 서술해야 했다. 스피노자는 그럴 바에는 『지성개선론』을 중단하고 에티카를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성개선론』 집필을 중단하고 『에티카』를 집필하기 시작한 사이에 공통개념을 발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1종 인식과 2종 인식 사이의 조화

1종 인식과 2종 인식 사이에는 단절이 있다. 하지만 두 종류의 인식 사이에는 상응의 체계도 있다. 이것은 중요한 이야기인만큼 어려운 이야기다. 시민 상태는 이성을 대신하고, 이성을 예비하고 모방한다. 도덕 법칙과 명령적 기호가 자연의 진정한 포지티브한 질서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시민 상태가 이성을 대신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회의 가장 중요한 노력은 자연의 질서와 최대한 일치하고 이 질서 안에서의 인간의 존속과 최대한 일치하는 기호와 법을 선택하고 제정하는 것이다. 사회의 중요한 노력은 이성의 첫 번째 노력이다. 이성의 첫 번째 노력은 기쁜 정념을 선별하는 것이다. 나에게 좋은 마주침을 조직화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노력을 하려고 할 때 기호의 가변성이 지성이 그 자체로는 갖지 못하는 가능성, 즉 상상 특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런데 우리는 상상은 1종 인식이니까 스피노자가 저급한 인식으로 볼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물론 어떤 면에서 상상이 저급한 인식이 맞지만 다른 한편 상상의 가능성이 없으면 2종 인식으로 갈 수 없다. 그렇게 상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쁜 정념들을 선별하려는 이성의 첫 번째 노력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성은 스스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공통 개념을 형성할 수 있고 자신의 능동/작용 역량을 소유하게 된다. 기쁜 정념들을 선별하고 이것들을 연쇄시켜야 한다. 여기서 기쁜 정념들은 대상의 이미지와 관련된다.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게 상상인 것이다. 이처럼 이성의 첫 번째 노력은 상상의 자원들을 잘 활용해 1종 인식의 테두리 내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성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성과 상상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성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려면 상상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오히려 이성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는데 지성이 방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성이 상상을 활용한다는 논리는 전통 인식론자, 칸트주의자나 데카르트주의가 볼 때는 수용 불가능한 것이다.

 

▶ 상상은 1종 인식, 지성의 활동에 의해 형성되는 공통개념=비에 대한 인식, 비들의 합성에 대한 법칙=물리 화학적인 합성의 법칙은 2종 인식, 비 속에 실현되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인식인 이성이 3종 인식. 이 구도만 보면 스피노자는 전형적인 합리주의자다. 그런데 스피노자의 철학에서는 각 인식 단계 간에 단절이 있다. 또한 비는 맞을 수도 안 맞을 수 있다. 그리고 본질은 무조건 화합한다.

 

이성과 상상의 조화

기원/발생의 측면에서 보면 공통 개념들은 형성의 조건을 상상에서 얻는다. 공통개념도 2종 인식이고 적합한 관념이지만 형성의 조건 자체는 상상에 있다. 실천적 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공통 개념들은 상상될 수 있는 것들/이미지화될 수 있는 것들에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공통 개념은 어떤 점에서 이미지와 유사하다. 쉽게 말하자면 공통 개념이 이미지에 적용되는 것이다. 공통 개념들의 적용은 이성과 상상의 기묘한 조화를 내포한다. 이를테면 부조화의 조화, 불일치의 일치. 서로 대립 관계처럼 보이지만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티카』 3부와 4부는 상상의 법칙 아래서 정념이 더 혹은 덜 강렬해지고, 더 혹은 덜 격렬해지는지를 보여주었다. 어떤 것이 필연적이거나 불가피했다고 믿을 때 느끼는 감정보다 그냥 상상하는 어떤 것에 대한 감정이 더 강하다. 이성의 법칙은 사물을 필연적이라고 간주하는 데 있다. 우리가 사물들을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하면 할수록 상상에 근거하는 정념은 강도가 약해진다. 상상은 대상의 현존을 긍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상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약해진다. 그러나 이성은 그렇지 않다. 이성이 상상의 요구를 상상보다 더 잘 충족시킨다. 공통 개념은 상상의 법칙을 이용해서/잘 이해하면 우리를 상상 자체에서 해방시킨다. 여기서 이성과 상상의 자유로운 조화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공통 개념은 상상의 운동에 끼어들고, 그것의 진행 방향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 상상은 이미지 작용이다. 상상은 이미지의 연쇄 작용이다. 상상이 상상을 질곡하는 경우가 있다. 교육된 상상의 경우가 그렇다. 기호에 의한 인식에서 기호는 가변성, 다른 이미지와의 연합가능성, 연상가능성, 다의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미지 연쇄 작용=상상만 갖고 있으면 예술적 창조가 불가능하다. 선천적으로 이 연쇄에서 벗어난 예술가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성과 지성을 동원해야 벗어날 수 있다. 기호에 의한 인식은 대상이 나에게 초래한 결과에 대한 인식이다. 원인에 대한 인식이 적합한 인식이다.

 

우리 인식 조건으로서 공통 개념들

『에티카』 5부 명제 21까지는 2종 인식의 퍼스펙티브에서 쓰였다. 공통 개념에 의해서만 적합한 관념과 신 자체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인식의 조건이다. 우리의 모든 적합한 인식은 공통 개념을 경유한다. 신 관념은 공통 개념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공통 개념 중 하나는 아니다. 신 관념은 공통 개념과 대립한다. 공통 개념은 상상될 수 있는 것에 적용되지만 신은 그렇지 않다. 그 대신 공통 개념은 우리를 신 관념으로 이끌고, 공통 개념이 없으면 우리는 신에 대한 인식을 갖지 못할 것이다. 공통 개념은 최초의 적합한 적합한 관념이다. 적합한 관념은 원인을 표현한다는 관점에서 표현적 관념이다. 공통 개념이 표현하는 원인은 신의 본질이다. 공통 개념은 모든 구성비의 원천인 신을 표현한다. 공통 개념을 형성하는 한에서의 이성의 최고의 노력은 신을 인식하고 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여기서 신은 자연(인간과 대립하는 자연이 아니라 전 우주, 창조적인 생명력으로서의 자연), 절대적으로 무한한 역량을 의미한다.

 

▶ idea와 concept : idea가 넓은 개념이다. idea 중에서 어떤 것이 concept이다. idea는 image와 concept을 포함한다. 어떤 경우에는 감정affect까지 포함한다. 변용affection이 이미지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공통 개념에서 신 관념으로 : 신 관념은 어떤 의미에서 제2종 인식에 속하며, 어떤 의미에서 우리를 제3종 인식으로 이행시키는가

이 항목에서는 『지성개선론』과 『에티카』가 무엇이 다른지를 다루고 있다. 둘 다 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신 관념에서 출발하는 것은 『소론』 밖에 없다. 신에서 출발하지 않지만 가능한 빨리 신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방법론적인 요청이다. 그렇게 신에 도달하는 순간 신으로부터 다른 모든 것들이 파생된다. 『지성개선론』은 관념 안의 포지티브한 것[기하학적인 도형, 원 등, 사고상의 존재]에서 출발한다. 이것을 적합한 관념=원인을 표현하는 관념으로 만드는 순간 그 결과를 생산하도록 결정한 신 관념도 같이 표현하게 된다. 즉 신에 도달할 수 있다. 어떤 관념 안의 포지티브한 것에서 출발해 그것을 적합한 관념으로 만들어서 원인을 표현하게 만들면 이 원인이 그 결과를 만들게 한 신에 대한 관념도 같이 표현하게 된다.

『에티카』에서도 방법론적 요청은 같다. 신에서 시작하지 않고 가능한 빨리 신에 도달해야 한다. 무한의 역행[원인에 원인을 계속 거슬러 올라간다]에 빠지지 않으면서, 신 자신을 원인遠因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빨리 신 관념에 도달해야 한다. 『에티카』는 『지성개선론』의 원리나 방법을 바꾼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신 관념에 도달하는 새로운 수단을 찾았다. 그것이 공통 개념이다. 여기서 공통 개념은 속성을 생각하면 된다. 연장, 운동, 정지는 가장 넓은 보편적인 공통 개념이다. 공통 개념을 형성하려면 기쁜 정념 안의 포지티브한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성개선론』에서는 관념 안의 포지티브한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에티카』에 따르면 기쁜 정념 안의 포티지브한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떤 대상이 나랑 비가 잘 맞아서 기쁨을 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가장 덜 보편적인 공통 개념이다. 나랑 어떤 대상이 비가 잘 맞는다는 것은 둘 사이에 공통 특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면 공통 개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먼저 가장 덜 보편적인 두 신체 사이의 공통 개념이 형성된다. 여기서 점점 일반적인 공통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공통 개념은 각자 층위/수준에서 신을 표현하고 신에 대한 인식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렇게 우리는 신 관념에 도달하게 된다. 합성되는 비의 원천이 신이고 공통 개념은 이 신을 표현한다. 가장 보편적인 공통 개념과 가장 덜 보편적인 공통 개념이라는 극단이 있다. 그런데 가장 보편적인 공통 개념이 더 잘 신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기 층위에서 신을 표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원인遠因이 아니다.

신 관념은 『에티카』에서 축 역할을 한다. 신 관념을 축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1종 인식과 2종 인식 사이에 변화가 일어난다. 2종 인식에 의해서 3종 인식에 들어가도록 결정된다[=결심한다]. 2종 인식을 갖는 순간 3종 인식을 갖겠다는 결심이 선다는 것이다. 왜냐면 오직 신 관념만이 이행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티카』 5부 명제 20-21에 이행이 나온다. 1° 공통 개념을 통해서 신 관념으로 인도된다. 신 관념은 2종 인식이다. 신 관념에는 이해 역량에서 파생되는 온갖 기쁨들이 수반된다. 이런 의미에서 신 관념은 2종 인식의 극점/정점이다. 2° 신 관념은 공통 개념이 아니다. 이 때문에 신 관념은 우리를 새로운 요소, 3종 인식으로 떠민다. 우리는 2종 인식에 의해서만 신 관념에 도달할 수 있지만, 신 관념에 도달하는 순간 2종 인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상태에 들어가도록 결정된다. 신 관념은 3종 인식의 토대/근거 역할을 한다. 여기서 “토대/근거”는 생성인causa fiendi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3종 인식으로 가면 신 관념의 의미와 내용이 바뀐다.

 

공통 개념과 공통 형식

공통 개념은 다음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1] 실존 양태에 적용된다. [2] 어떤 비比 아래서 실존 양태들이 화합하거나 대립하는지를 우리에게 인식시켜준다. 속성이 공통 개념으로 보인다. 연장은 실존하는 모든 물체/신체들에 적용되므로 모든 물체/신체들의 화합을 우리에게 인식시킨다. 모든 공통 개념들에 덧붙여지거나 동반되는 신 관념은 속성과 양태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가져온다. 신 관념은 우리를 실재 존재들과 그것들이 연쇄되는 영역으로 안내한다. 속성이 실존 양태들의 공통 특성[2종 인식]이 아니라 신적 실체의 개별적 본질을 구성하는 것이자 양태들의 모든 특수한 본질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이해된다. 본질이 등장하는 순간 3종 인식이다. 3종 인식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적합한 인식이다. 속성은 공통 형식이지만, 공통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변했다. 여기서 공통적이란 일의적임을 의미한다. 속성은 신과 양태에 일의적 혹은 공통적이다. 보통 데카르트 혹은 유비의 퍼스펙티브에서는 form이 신의 술어가 될 때랑 피조물의 술어가 될 때 의미가 다르다. 스피노자의 체계에서 공통적이라는 것은 일의적이다. 예를 들어 신도 연장적이고 인간도 연장적이라고 할 때 연장은 같은 의미의 연장이다. 2종 인식과 3종 인식 사이에서 근본적 차이가 나타난다. 2종 인식의 관념들은 일반적 기능에 의해 정의되고, 실존 양태들에 적용되며, 실존 양태들을 특징짓는 비比들의 합성을 인식시키는 반면, 3종 인식의 관념들은 개별적 본성에 의해 정의되고. 신의 본질을 재현하며, 사물들의 특수한 본질들을 우리에게 인식시킨다. 신관념을 통해 합성되는 비들의 질서에서 개별 사물의 본질의 질서로 넘어간다.

 

제3종 인식과 본질들의 질서

우리는 3종 인식의 관념들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통 개념들을 경유해야 한다. 어떤 양태를 특징짓는 비比를 양태의 본질로부터 연역/추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比를 인식해야 본질을 인식할 수 있다. 비에 대한 인식, 다시 말해 공통 개념의 형성이 먼저다. 그래야 개별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다. 기존 전통 철학에서 인간은 개별 사물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관계/비rapport에 대한 인식이 선행해야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인식도 가능하다. 연장이나 사유는 신의 속성을 구성한다. 그 전에 먼저 공통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 어떤 맥락에서는 비rapport 를 관계로 번역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비’라고만 번역하면 관계성에 대한 개념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

▶ rapport는 미분적 관계, 즉 개별 신체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운동, 빠름과 느림의 비율적인 관계를 뜻한다.

 

우리는 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공통 개념들을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때만 우리는 신을 ‘본질들 속에 자신을 표현하는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인식 조건이 모든 인식의 조건은 아니다. 진짜 그리스도는 공통 개념을 경유하지 않고 3종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리스도와 달리 우리 인간은 신의 실존을 곧바로 그 자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실존의 자연적 상황에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부적합한 관념과 수동적 변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통 개념을 형성해야만 적합한 관념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과 신이 간접적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