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비정상인들] 1강

권순모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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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인들 1975년 1월 8일 강의

 

 

형사소송을 위한 정신감정 보고서

① 1955년 한 여인이 자기 애인과 함께 자신의 어린 딸을 죽인 사건에서 애인A에 대한 정신감정보고서 : “A의 도덕적 유죄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할 수 없었으므로 감정인들은 A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를 유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A가 L부인의 정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 자기 아이를 살해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우리는 L여인의 범죄에서 A의 도덕적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법관이나 배심원들의 관심사다. 우리는 다만 법-의학적으로 이런 성격 이상이 병리적 근원을 갖고 있는지, 또는 그것들이 형사적 책임에 이를 정도의 정신적 혼란을 야기시키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② 1974년 성적인 협박 사건으로 기소된 세 남자에 관한 정신감정보고서 : “X는 완전히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며 말이 많았다.… Y도 똑같이 벌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 Z는 더할 수 없이 혐오스럽다.”

 

진실의 담론이자 우스꽝스러운 담론

- 세 가지 성격의 담론 1) 생사여탈권을 가진 담론 : 한 사람을 구속할 것인가 석방할 것인가에 관한 법원의 판결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정하는 힘 2) 사법기관에 의해 생사여탈을 부여받은 담론 3) 과학적 지위를 가진 담론, 과학적 제도 안에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작성된 담론으로서의 진실 담론

⇒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진실의 담론이자 우스꽝스러운 담론 : ①은 비교적 드물고 중대한 사건과 관련이 있는 보고서 ②은 형사 재판에서 다반사로 다루는 사건에 대한 보고서. 이처럼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그런,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상적 담론이 사법제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18세기 형법의 증거 채택 관행

18세기 말 법관들이 진실의 증거를 관리하는 방식은 냉소와 비판을 야기했다. 18세기 형사소송법에서 법적 증거는 추상적이고도 수학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법관들은 온갖 증거를 조합해 법보다는 관습이 형벌에 필요한 최소 자료라고 정의한 수량의 증거를 갖고 그것을 계산해 수학적으로 판결했다. 판결이 증거의 대수학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공증과 증거의 양과 성격에 대한 법적 정의, 증거의 법적 구성 외에도 형벌이 수합된 증거의 양과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즉 형량 결정에는 진술 외에 완벽하고 전체적이며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했다. 만일 3/4의 증거가 있다면 3/4의 형량만을 선고할 수 있었다. 일부의 증거만 있다면 일부의 형벌을 선고할 수 있었다.

 

내적 증거의 원칙

- 18세기 말에 제도화된 내적 증거의 원칙이 오늘날까지 적용되고 있는바, 마치 증거 없는 처벌을 허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1) 완전한 확증 전에 처벌할 수 없다.: 증거와 처벌 사이에 비례는 없다. 이제 불완전한 증거로 부분적 처벌을 끌어낼 수 없다. 2) 법에 규정된 증거만이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증거능력만 있다면 무슨 증거든 받아들여질 수 있다. 증거 채택의 기준은 그것의 합법성이 아니라 증거능력이다. 3) 증거 인정의 기준은 공평무사한/인식과 진실 판별의 능력이 있는 주체의 확신이다.

→ 대수적이고 형식적인 제도에서 보편적 진실 제도로의 이행

- 18세기에 형사소송제도가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진실의 제도는 사법적 진실의 관행과 심증 원칙의 일반적이고 엄격한 조항과의 균형을 내포하고 있다.


사법 진실의 관행

1) 재판관의 심증에 이르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는 항상 확증의 정도와 형량 사이에 비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재판관은 범죄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형량 경감으로 자신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즉 경감도 처벌이므로 심증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처벌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상 참작의 기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상 참작은 1810년 제정된 형법의 가혹함을 조정하기 위해 1832년에 입법화되었다. 형량 완화가 아니라 법조항을 엄격히 지키지 않으려는 배심원에 의한 무죄 석방을 방지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상 참작의 입법화 이후 배심원들은 유죄판결을 내릴 상황에서 증거가 많거나 확증이 없을 때 이를 적용했다. 추측으로 형량의 경중을 결정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불확실하면 사면시키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심증의 원칙 배후에는 종전처럼 증거의 불확실성에 따라 형량을 조정하려는 관행이 있다.

2) 몇 개의 증거가 다른 증거들보다 더 증거능력이 강한 합법적 증거로 인정받는 관행이 생겨났다. 이것은 심증의 원칙을 왜곡시키고 합법적 증거의 위계를 구성한다. 이것은 모든 증거가 동등하게 인정되어 판사, 배심원만이 이것을 평가할 수 있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프랑스 사법제도에서는 합법적 증거로서 경찰관 보고와 증언, 그리고 전문가들의 보고가 특권적 지위를 갖는다. 이것은 합법적 진실의 추정을 포함하는 특수한 사법적 담론이다. 이들의 진술은 그들 고유의 힘과 진실의 효과를 갖는다. 그것은 사법적 진실의 생산 속에서 일부 진술만이 갖는 일종의 초-합법성인 것이다.

 

진실과 사법의 관계

진실의 발설과 사법의 수행 사이에 근본적인 소속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모든 사법적 ‧정치적 ‧비판적 담론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면서 근본적인 전제조건 중 하나다. 재판기관과 진실표명 기관이 서로 만나는 지점, 즉 법관과 학자, 사법제도와 의학‧일반 학문 지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실 담론이라는 지위를 갖는 진술이 형성된다. 진실담론은 사법적 효과를 보유하지만 학문 담론의 구성/이론이나 존재 법칙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법적 메커니즘의 그로테스크한 면

- 그로테스크란 하나의 담론 혹은 한 개인이 자신의 내적 자질만으로는 도저히 가지지 못할 권력의 효과를 자신의 지위에 의해 가지고 있을 때를 표현한다. 그로테스크 혹은 위부에스크ubuesque란 말에는 역사적‧정치적 분석의 정확한 범주가 있다. 기괴한 공포, 그로테스크한 주권 즉 권력의 효과를 생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격 시비로 권력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 즉 권력의 그로테스크한 역학 장치, 혹은 권력 장치에서의 그로테스크한 톱니 장치는 권력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구조다. 로마제국에서는 권력의 모든 효과를 황제 개인에게만 귀속시키는 것, 즉 위엄의 소지자인 황제를 그로테스크하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만드는 것이 지배와 통치의 방식이었다.

- 그로테스크란 자의적 주권의 근본적 과정인 동시에 현실 관료제의 고유한 과정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권력 효과를 지닌 행정 장치가 그로테크스한 관리에 의해 수행된다는 것이 19세기 이래 서구 관료 제도의 근본 특징 중 하나다. 그로테스크한 행정은 관료제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가능성이다. 이것은 다른 형태의 권력 메카니즘, 즉 나치즘이나 파시즘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처럼 권력은 어릿광대나 희극배우처럼 극적으로 과장되게 그려진 한 인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권력을 비열하고 치사하며 기괴하거나 또는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제시한다고 해서 권력의 효과를 제한하거나 권력자의 왕관을 벗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력이란 그것이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의 수중에 있을지라도 엄격하고 철저한 합리성 속에서 기능하므로 무시하거나 피해갈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사법이 사람을 죽일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그 극단적인 지점에서 사법은 위부(Ubu)의 담론을 정리했고 학자로서의 위부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사법왕국에서 진실의 담론에 권력을 부여하려는 꿈을 꾸던 서구는 사법 장치 안에서 과학적 담론의 패러디에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을 부여하게 된다.

- 본 강의를 통해 합법적이면서 무자격인 담론에 의해 현실 속에서 만들어지는 권력의 효과를 검토하기 위해 이데올로기 분석이나 제도적 분석이 아니라 이러한 담론을 사용하는 권력 기술을 점검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정신분석학적-형법적 위부 이론

- 형법에서의 정신분석 담론은 같은 장면 위에 여러 요소를 두 겹으로 만든다. 그것은 권력의 전달과 그 효과들의 무한정 이동을 확보해주는 강제적 종합이다.

1) 정신감정은 범죄가 아닌 것들을 법에 규정된 범죄와 합쳐 두 겹으로 만들어준다. 정신의학담론에서는 모든 행동과 존재 방식이 범죄의 원인, 기원, 동기, 출발점으로 제시된다. 행동과 존재 방식이 처벌의 실체와 질료가 된다. 상기해야 할 것은 18세기 말부터 법에 규정된 범죄만 처벌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즉 문제의 행위 전에 법이 있어야 했다.

- 정신감정보고서에 등장하는 개념 : 심리적 미숙성, 구조화되지 않은 인격,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깊은 감정적 불균형, 심각한 정서적 혼란, 보상, 상상의 산물, 도착된 자만심의 현시, 변태적 유희, 에로스트라티즘, 알키비아디즘, 동쥐아니즘, 보바리즘 등

→[1] 개인적 특징으로서 범죄 구성을 규정하기 위해 동어 반복적으로 범죄를 말하는 기능을 한다. 감정보고서는 행위에서 행동으로, 범죄에서 존재 방식으로 옮겨 가는 것을 허용한다. 존재 방식이 범죄 자체에 다름 아닌데 다만 개인적 행동의 차원일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2] 실제 위반의 수준을 이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행동들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이 행동들이 위반한 것은 심리적 미숙성, 구조화되지 않은 인격, 깊은 불균형 등의 최적의 발달 단계 2)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라는 현실적 기준 3) 도덕적 평가, 결국 윤리적 규칙이다.

- 정신감정보고서는 범죄의 심리-윤리적인 복제품을 구성한다. 또한 범죄 배후에 있는 범죄의 복제품을 보여주고자 법에 규정된 위법의 입법성을 해체한다. 이때 범죄의 복제품은 법적인 위반이 아니라 병리적‧심리적‧도덕적 기준에서의 불법이다. 판사가 정신감정보고서에 근거해 판결할 수 있는 것은 범죄나 위반 자체가 아니다. 판사가 판결하고 처벌하고 응징하는 것은 범죄의 기원 원인, 범죄 구성의 장소로서 제시되고 있는 변칙적 행동들이다. 이것은 범죄의 심리학적 복제일 뿐이다. 정신감정보고서는 응징의 적용점과 법에 의해 규정된 위반을 심리적 ‧ 도덕적 관점에서의 범죄성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용한다. 이처럼 정신감정보고서는 과학적 인식의 형태로 형법권을 법적 위반 이외의 것으로 확장시켰다. 즉 사법권의 처벌 행위를 개인의 변형이라는 고도의 기술 장으로 이동시켰다.

2) 정신분석은 위법자에 범죄자인 인물을 겹쳐 두 겹으로 만든다. 1810년의 법조항에 의해서는 용의자가 범죄를 저지를 당시 정신착란 상태에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만 감정가를 불렀다. 그가 정신착란 상태에 있었다면 그가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 정신감정은 위법 없는 잘못, 또는 불법 아닌 과오라고 부를만한 행위를 검토한다. 즉 한 개인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이미 얼마나 자신의 범죄와 닮아있는가를 보여준다.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미’라는 부사는 불법이 아닌 나쁜 행동들을 적발하고 그것을 범죄와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를 모으는 유추적 방식이다. 감정서에 쓰여진 일련의 행위들은 병리학적으로 질병이 아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위법이 아니지만 성격, 태도, 행동의 범죄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 1836년 리비에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신의학자들은 피의자들의 진술을 받아내 유사-법률의 하위-병리학적 모호성, 또는 하위 법률의 유사-병리학적 모호성을 재구축하고자 했다. 그것은 범죄로 축소된 무대 위에서의 예언적인 재구성이다. 여기에 정신감정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 심층적이고 유사-병리학적인 하위-법률적인 모호성 아래 사람들은 욕망의 형태를 띤 주체의 모습을 새겼다. 감정은 별로 규칙적이지 않은 꼼꼼하고 하찮은 디테일들을 통해 범죄의 욕망을 가진 주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시되는지를 보여준다. 정신감정보고서의 지속적인 범죄 욕구에 대한 분석은 근본적인 불법성 자체를 욕구의 운동성과 논리 안에 고착시키고 있다. 법을 위반하고자 한 주체의 욕구, 그 욕구는 근본적으로 나쁜 것이다. 정신감정서들에 따르면 범죄에 대한 요구는 언제나 한 주체의 결점‧괴리‧허약성‧무능성과 상관관계가 있다. 우둔함, 실패, 열등성, 빈약함, 추함, 미성숙, 발달 부족, 소아증, 행동의 퇴행성, 불안정성 등의 개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그 안에는 욕구의 불법성과 주체의 결핍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 이 주체는 모든 것에 책임이 있고 동시에 아무것에도 책임이 없게 된다. 법률적으로 분류되지 않는 인간으로서, 법관이나 배심원 앞에서는 대상에 불과하다. 기술(記述)의 대상이고 재생‧재적응‧재활‧교정의 대상이다. 감정서는 자신의 범죄에 책임이 있건 없건, 한 범죄자에게 특별한 기술의 대상이기도 한 위법적 주체를 겹쳐 놓는다.

3) 정신감정서는 재판관인 동시에 의사인 존재를 만들어낸다. 의사나 정신의학자가 위법적 행동의 형성이나 표출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특성이 분석된 주체 안에 있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정신의학감정서는 유사범죄적 행동의 근본을 묘사해 한 개인을 용의자 차원에서 기결수 지위로 이동하도록 도와준다. 정신의학자는 결국 판사가 된다. 실질적으로 예심판사가 된다. 반면 판사는 의사 앞에서 두 겹으로 분리된다. 그는 범법적 성향을 가진 개인에 대해 처벌을 내리는 순간, 그리고 그가 이 주체의 윤리-도덕적 측면에 관심을 갖는 순간 더 이상 위법에 대한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에게 교정‧재적응‧재활의 조치를 부과하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규율 권력의 부상

- 1810년대부터 1830년대까지 형법 적용의 초창기에 정신감정은 완벽한 의학행위였다. 오늘날 정신의학자들이 법률적 행위로서 감정서를 쓰고 서명하는 일에 동의하는 것은 한 인간의 자유와 생명에 관한 문제다.

- 19세기 내내 형사적 감정은 형법 64조의 관할 아래 있었다. 20세기 초 정신의학자의 역할은 범죄적 주체의 법률적 책임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정신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1950년대 사람들은 제64조와 관련해 정신의학자에게 1) 그 개인이 위험한가, 2) 그가 형사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가, 3) 그가 치유되어 사회에 재적응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처럼 정신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법의 차원에서 질문하듯이 위험한 인물을 옆으로 제쳐두고 형사 제재를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규율 기술이 생겨난 것이다.

- 연구의 가설 1) 규율 기술에 연결된 규율 권력이 단순히 의학 지식과 법률 권력의 우연한 만남, 결합 혹은 접속이 아니라는 것, 2) 근대 사회를 통해 의학 지식과 법률적 권력을 식민지화하고 말살하기에 이른 것이 의학 권력도 아니고 법률 권력도 아닌 제3의 권력이라는 것.

- 연구 가설을 바탕으로 규율 기술과 거기에 속한 권력의 출현을 살피고자 한다. 규율 권력은 법률 제도와 의료제도를 발판으로 법정에 등장했고 그 자체로 자율성과 규칙성을 갖고 있다. 이 규율 권력은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여러 제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에서 지배권을 넓혀왔다.